현금영수증이 뭐지

나는 현금영수증을 맨날 한다.

아빠 번호를 누른다.

왜?

모른다.

아무튼 아빠가 하라고 했으니까 해줘야지.

아빠가 굳이 자기 번호로 하라는 걸 보면

뭔가 쌓이고 있는 건 확실하다.

포인트인가?

일단 현금영수증은

이름부터 이상하다.

현금 + 영수증.

영수증은 뭔가를 사면 받는다.

그러면 현금영수증은

현금을 샀다는 영수증인가?

카드는 돈을 쓰는 순간

이미 기록이 남는다.

쉽게 말하면 가게 입장에서는 카드 옆에

입 존나 싼 새끼가 한 명 붙어 있는 거다.

나: “붕어빵 3천 원이요.”

카드:

“얘 지금 붕어빵에 3천 원 썼어요.”

나: “담배요.”

카드:

“얘 방금 편의점에서도 담배 샀어요.”

어디서 얼마 썼나 국세청에 꼬박꼬박 이른다.

카드로 돈을 쓰면

카드사는 내가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

모를 수가 없다.

그럼 현금은?

나: “만 원이요.”

사장: “감사합니다.”

중간에 아무도 없다.

아.

현금은 입이 없구나.

내가 만 원을 써도

아무도 안 이른다.

잠깐.

내가 만 원 썼다고 아무도 안 이르면

사장이 만 원 벌었다는 것도 아무도 안 이른다.

어?

그러면 가게가 현금으로 100만 원을 벌고

“저 오늘 70만 원 벌었는데요.”

하면?

나머지 30만 원은

없는데요.

국세청:

시발.

그래서

입 없는 현금한테도

입을 하나 달아준다.

“얘 방금 여기서 만 원 썼어요.”

그 순간

내가 만 원을 썼다는 기록도 생기고

가게가 만 원을 벌었다는 기록도 생긴다.

이게

현금영수증이다.

아.

현금영수증은 현금한테 입 달아주는 거였구나.

근데 잠깐.

현금영수증이

가게가 돈 숨기는 걸 막으려고 만든 거라면

그걸 내가 왜 해줘?

나는 만 원 냈고

붕어빵 받았고

끝인데.

가게가 만 원 벌었다고 이르든 말든

알빠노.

국세청이 가게 돈 찾는 걸

내가 계산대에서 번호까지 눌러가면서

도와줄 이유가 없다.

근데 아빠는

굳이 자기 번호로 하라고 했다.

역시 뭔가 있다.

내가 현금영수증을 할 때마다

아빠한테 뭔가 좋은 일이 생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.

그래서 알아봤다.

현금영수증을 해두면

내가 현금으로 얼마를 썼는지도 기록에 남는다.

“가게 만 원 벌었어요.”

그리고

“얘도 만 원 썼어요.”

아.

가게만 이르는 게 아니라

나도 이르는구나.

근데 내가 돈 쓴 걸 기록해서

뭐 하게?

알아보니까

내가 돈을 어느 정도 이상 쓰면

그 기록을 보고

세금을 좀 덜 내게 해줄 수 있단다.

한마디로 상이다.

드디어

몇 년 동안 모아온

아빠 포인트의 정체도 알아냈다.

포인트가 아니었다.

“나 이만큼 썼어요.”라는 증거였다.

그걸 모아서
상을 받겠다는 거였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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